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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컬럼 물류신문 지표를 읽으면 항만 경쟁력이 보인다

등록일2024-08-08

출처 : 물류신문, 권오경 교수2024.08.01

지표를 읽으면 항만 경쟁력이 보인다 (출처 : 물류신문)
수출입 물류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인프라인 항만이 높은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다양한 조건들을 갖추어야 한다. 무엇보다 충분한 선박 접안 능력과 하역 능력을 갖추어 빠른 시간에 양·적하 화물을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항만이 간선 항로상에 위치해 있고 다른 항만들과 연결성이 높을 경우 글로벌 공급망에서 허브 항만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항만을 중심으로 산업·물류 클러스터가 형성되어 기업들을 배후에 유치하고 물량, 고용,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항만 도시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항만의 경쟁력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지표들을 개발하고 주기적으로 측정하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여러 평가지표들이 사용될 경우 항만의 종합적 경쟁력을 평가하기 위해서 지표들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AHP(Analytic Hierarchy Process)라는 계층화 분석법이 사용되기도 한다(예, ISCDI 국제 해운 중심 도시지수). 학술적으로는 여러 투입 요소와 산출량의 관계를 통해 항만의 효율성 내지 경쟁력을 평가하는 자료포락분석(DEA, Data Envelopment Analysis)도 자주 활용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컨테이너항만을 중심으로 국제적으로 자주 인용되고 있는 항만 경쟁력 관련 보고서와 지표들을 소개하고 시사점에 대해서도 간략히 논의하고자 한다.

2023년 세계 주요 컨테이너항만의 순위를 살펴보면 물동량 기준으로 중국 상하이 양산항 (4,915만 TEU), 싱가포르항 (3,901만 TEU), 중국 닝보/저우산항(3,530만 TEU)이 부동의1~3위를 차지하고 있다. 부산항은 전년 대비 4.9% 성장한 2,315만 TEU를 처리해 7위를 유지하고 있다. 8위의 중국 천진항(2,216만 TEU)이 높은 물동량 증가세를 보이며 부산항을 바짝 추격하고 있고, 두바이항이 홍콩항을 제치고 10위로 올라선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출처: Alphaliner). 2022년 물동량 기준으로 인천항은 66위, 광양항은 96위에 위치하고 있다(출처: Lloydlist).

국가 차원의 물류 경쟁력을 평가하는데 활용되는 대표적인 지표는 격년으로 발표되는 세계은행의 ‘물류경쟁력지수(LPI, Logistics Performance Index)’가 있다. 2023년 평가결과 우리나라는 2018년 25위에서 8단계나 상승한 17위를 기록한 바 있다. LPI는 물류 경쟁력을 통관 효율성, 물류 인프라 품질, 국제운송 편의성과 운임 경쟁력, 물류서비스 품질, 화물 추적 역량, 정시 도착률 등 6개 분야로 평가하고 있는데 항만 경쟁력은 이들 중 물류 인프라 품질, 물류서비스 품질, 정시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이다. 항만 경쟁력을 평가하는 지표들 국제적인 평가기관들은 우리나라 항만의 경쟁력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이들 평가 결과를 꾸준히 분석하는 것만으로도 항만 경쟁력 제고를 위해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얻을 수 있다. 흥미롭게도 우리나라 해양수산개발원(KMI)이 분기별, 그리고 매년 전 세계 컨테이너항만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지표를 분석, 발표하고 있다. 하역 생산성, 선박 대기시간, 항만 연결성 지수를 포함한 6개 지표를 IHS Markit, UNCTAD가 제공하는 자료와 AIS(선박 자동 식별장치) 데이터를 분석하여 평가하고 있다.
[항만 관련 공급망 추적지표 분석 결과] 항만 관련 공급망 추적지표 분석 결과 *컨테이너 운송 2022년 기준, 수출입지연 2022년 5월~10월 데이터 / 출처: World Bank, Logistics Perfomance Index Report, 2023. (출처 : 물류신문)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선석당 컨테이너 양·적하 횟수를 나타내는 선석 생산성에서 우리나라는 전년 대비 0.7% 하락한 시간당 73.4회(전체 선형, 세계 평균 89회)를 기록하여 국가별 순위에서 12위를 차지했다. 1~3위는 오만, 아랍에미레이트, 중국이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요 항만의 선석 생산성은 부산항 74.9회(32위), 여수·광양항 69.1회(44위), 인천항 59.3회(69위)로 나타났으며 전년 대비 부산항은 0.8% 감소, 광양항과 인천항은 8.1%, 2.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만에 접안한 컨테이너선이 정박지에서 대기한 시간을 나타내는 ‘대기시간’은 항만 선석의 처리능력이 물량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할 때 발생한다. 2023년 국내 주요 항만의 평균 대기시간은 부산항 2.8시간, 인천항 2.6시간으로 각각 전년 대비 6.9%, 12.5% 증가한 반면 광양항은 1.4시간으로 14.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항만들과 얼마나 잘 연결되어 있는가를 측정하는 항만 연결성은 UNCTAD가 국가별 정기선사의 연결성과 관련된 6가지 기준을 고려하여 국가별, 항만별로 ‘정기선 해운 연결성 지수(LSCI, Liner Shipping Connectivity Index)’를 분기별로 발표하고 있다. 이 지수가 높을수록 허브 항만으로의 강점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3년 국내 주요 항만의 항만 연결성 지수는 부산항 129.2, 광양항 62.9, 인천항 40.1로 나타났다. 부산항은 세계 4위로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전년 대비 부산항은 변동이 없고 광양항은 27위에서 30위로 인천항은 74위에서 80위로 다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은행은 ‘물류경쟁력지수(LPI)’와 별도로 매년 5월 컨테이너선이 입항해서 출항하기까지 총 체류시간(turnaround time, 턴어라운드타임)을 바탕으로 ‘컨테이너항만 성과지수(CPPI, Container Port Performance Index)’를 발표하고 있다. CPPI는 선박 대기시간과 함께 선석에서 하역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을 포함하기 때문에 항만의 인프라 수준과 운영 효율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이다. CPPI는 선사를 포함한 항만 이용자 관점에서는 가장 직관적인 서비스 지표이나 순위 변동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턴어라운드타임의 구성요소별 분석이 필요하다.

2023년 전 세계 400여개 항만에 대한 CPPI 평가결과에서 중국 상하이항, 오만 살랄라항, 콜롬비아 카르테헤아항이 1~3위를 차지했다. 국내 항만의 경우 여수·광양항이 가장 높은 20위, 부산항은 32위, 인천항이 48위를 기록했다. 2022년 대비 광양항(23위→20위)은 순위가 상승했으나 부산항(22위→32위)과 인천항(37위→48위)은 하락했다.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항만들의 인프라 수준과 연결성은 상당히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항만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자동화 투자 등의 노력은 지속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항만 이용자 관점에서 비용과 함께 중요한 시간 지표인 선박과 컨테이너의 항만 체류시간을 체계적으로 측정하고 구성요소별로 품질을 관리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빅데이터 기반의 항만 경쟁력 평가 세계은행은 물류경쟁력 평가를 위해 2023년 보고서부터 빅데이터 기반의 ‘공급망 추적지표(supply chain tracking indicators)’를 새롭게 도입했다. 이러한 시도는 기존의 설문조사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실적 데이터에 기반한 평가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공급망 추적지표는 물류 플랫폼으로부터 수집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컨테이너선 연결성과 항만 턴어라운드타임, 컨테이너 화물의 항만 체류시간, 항공화물의 공항 체류시간 등의 지표를 산정하고 있다.

국제 컨테이너 운송에 있어서 항만 생산성 지표의 하나인 선박 턴어라운드타임은 일본(0.5일)이 가장 우수한 성과를 보였으며, 우리나라(1일)와 중국(1.1일)은 비슷하게 나타났다. 미국(2.1일) 항만은 아직 충분히 생산성이 회복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수출 지연 지표인 수출 컨테이너 화물 총 체류시간은 우리나라(3.7일)가 가장 우수하게 나타났다. 다만 항만 체류시간은 일본(1일)이 가장 낮게 나타났다. 반면 수입 지연 지표인 수입 컨테이너 화물 총 체류시간과 항만 체류시간 모두 우리나라(8.5일, 8.2일)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는 그 동안 수출 화물에 대한 물류개선 중심의 정책이 이루어졌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인데, 추가로 분석이 필요한 부분이다. 수입은 최종 소비로 연결되기도 하지만 상당 부분은 제품 생산에 중간재로 투입된다. 결국 수입 물류의 효율성이 우리 수출 상품의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항만 클러스터 경쟁력도 중요 항만이 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새로운 물동량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항만과 배후단지를 연계하여 개발하는 항만 클러스터 전략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도 일찍부터 항만 클러스터 구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항만 배후단지 개발을 체계적으로 개발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해오고 있다.

중국신화통신과 발틱해운거래소(Baltic Exchange)는 매년 9월 항만이 위치한 43개 도시를 대상으로 이들이 항만 클러스터로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국제 해운 중심 도시 지수(ISCDI, International Shipping Centre Development Index)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항만 인프라와 생산성, 해운산업 환경, 기업 환경 3개 분야 15개 지표를 계층화 분석법을 이용해 ISCDI를 도출하고 도시별로 순위를 매기고 있다. 대표적인 항만 클러스터들의 특징과 선형별 해운시황에 대한 진단도 제공하고 있다.

2020년 이후 싱가포르, 런던, 상하이, 홍콩, 두바이, 로테르담, 함부르크가 1~7위를 유지하고 있다. 부산은 2018~2019년 2년 연속으로 10위를 기록한 바 있다. 2023년 평가에서는 전년 대비 2위 상승한 14위를 기록했다. 그리스 아테네, 중국 닝보/저우산, 미국 뉴욕/뉴저지, 일본 동경, 중국 광저우가 부산보다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 부산항을 필두로 우리 항만들이 세계 수준의 항만 클러스터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들 상위권 클러스터를 벤치마킹하고 꾸준히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부각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상과 같이 항만 경쟁력을 평가하는 보고서와 지표 리뷰를 통해 크게 두 가지 정도의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첫째, 우리나라 항만의 인프라와 연결성은 상당한 수준의 경쟁력을 달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산항은 연결성에서 세계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나 향후 얼라이언스 재편 과정에서 허브 항만으로의 위치를 잘 유지할 수 있도록 산업계와 정부가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 장기적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산업 구조 변화에 대비한 항만 발전 전략도 필요하다. 둘째, 향후 항만 경쟁력은 스마트 기술 도입을 통한 생산성과 효율성 개선 정도에 따라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 물류기술을 항만 인프라와 운영에 적극 도입해 초효율화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인력 부족 문제에도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섬세하고 선제적인 항만 서비스 품질을 관리하는 단계로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