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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컬럼 물류신문 정성희의 유라시아 물류이야기-카슈가르, 오지에서 ‘물류 도시’로

등록일2024-10-04

출처 : 물류신문, 정성희2024.09.20

정성희의 유라시아 물류이야기-카슈가르, 오지에서 ‘물류 도시’로 (출처 : 물류신문)
이번 호에서는 최근 들어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는 유라시아 물류 루트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바로 중국 서쪽의 카슈가르 루트다. 예전에 소개한 루트이기도 한데, 최근 상황을 업데이트해 보고자 한다. 카슈가르(Kashgar) 카슈가르는 중국의 서쪽에 있는 50만 명의 그리 크지 않은 도시로, 신장 위구르 자치구(주도 : 우루무치)에 속해 있다. 카슈가르에는 튀르크 계통의 위구르족이 전체 인구의 80%나 차지하고 있는데, 위구르족들은 대부분 이슬람교를 믿으며 중국어와 위구르어를 구사한다. 위구르어는 중앙아시아의 튀르크계 민족들과 언어적으로 유사하기 때문에 위구르인들은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사람들과 통역 없이 어느 정도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실크로드 시절에는 동방의 중국과 서방의 이란, 튀르키예(터키)를 잇는 실크로드에 위치하고 있어 교역과 물류가 발달한 도시였다.

카슈가르는 해발 고도가 1,264~1,502m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또한 산악 지대로 둘러싸인 사막이면서 오지다. 카슈가르는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까지 총 4개 국가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국경 도시지만, 이 나라들과의 국경은 거의 닫혀 있었다. 카슈가르는 실크로드 시절에는 물류가 왕성 했었지만, 현대 시대에 와서는 오지로 전락했다. 페르가나 분지(Fergana Valley) 분지란 산맥으로 둘러싸인 평지인데, 페르가나 분지는 북쪽으로는 천산산맥(톈산산맥, 天山山脈)과 남쪽으로는 알라이 산맥으로 둘러싸인 중앙아시아의 분지다. 약 2,000~5,500m의 험준한 산맥들로 둘러싸여 있는 평지인데, 해발 약 600m에 위치한 지역이다. 페르가나 계곡에는 시르다리야(Syr Darya)라는 강물이 흐르면서 오아시스를 형성한다. 페르가나 분지의 동서 길이는 약 300km, 남북 길이는 최대 약 50~150km로, 타원형의 럭비공처럼 생겼으며 면적은 2만 2,000km2로 대략 전라도와 비슷한 규모다.

적을 방어하기 쉽고 건조하고 곡물과 과일, 채소류가 풍부하고, 오아시스와 물이 있다 보니 고대부터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살았기에 실크로드로 사용됐다. 현재 인구는 대략적으로 약 1,100만 명에 달하는데 중앙아시아의 전체 인구가 약 7,000만 명 정도라는 점을 감안할 때, 중앙아시아에서는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이다.

그럼 페르가나 분지에 해당하는 도시는 어디 어디일까? ‘타지키스탄의 후잔트~우즈베키스탄의 코칸트~나망간~페르가나~안디잔~키르기스스탄의 오시’가 페르가나 분지의 연결망이다. 후잔트(Хуҷанд, Khujand)와 오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우즈베키스탄에 속해 있다.

페르가나 분지는 예전에는 소련이라는 한 나라에 있었지만, 소련 붕괴 이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으로 나뉘면서 영토, 민족, 물과 관련된 분쟁이 자주 일어났다.

페르가나 분지는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있다. 안디잔(Андижон, Andijon)은 대우자동차가 1996년 중앙아시아에 진출한 이후 지금까지도 GM한국사업장(한국지엠)에서 안디잔 공장으로 자동차 부품을 보내어 생산하고 있다. 페르가나에는 갑을방적이 면방공장을 오픈하였다가 현재는 포스코가 생산, 운영 중에 있다. 오시와 비슈케크 오시(Ош, Osh)는 페르가나 분지에 위치한 키르기스스탄의 제2 도시다. 그리고 비슈케크(Бишкек, Bishkek)는 키르기스스탄의 제1 도시이면서 수도다. 오시는 페르가나 분지의 끝이면서 세계의 지붕인 파미르(Pamir) 고원으로 올라가는 시작점이다.

우즈베키스탄의 안디잔과 키르기스스탄의 오시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국경 도시다. 반면 비슈케크는 카자흐스탄의 알마티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국경 도시다. 따라서 오시는 서쪽으로는 우즈베키스탄, 남쪽으로는 타지키스탄, 동쪽으로는 중국과 잘 연결되는 반면 북쪽에 위치한 수도 비슈케크와는 산맥이 가로막고 있어서, 제1 도시와 제2 도시 간의 도로 이동이 아주 불편하다. 카슈가르~오시, 비슈케크, 이슬라마바드 카슈가르에는 1999년 중국 철도가 깔렸다. 그리고 키르기스스탄의 오시나 파키스탄의 이슬라마바드(‏اسلام آباد, Islamabad) 방향으로는 현재 철로가 깔려 있지 않으며 철로 건설 계획 중에 있다.
중국과 중앙아시아를 잇는 철도 및 육상 루트는 카자흐스탄이 독점이라서 카자흐스탄은 적지 않은 철로·도로 통과 운송료를 징수해왔다. 이에 우즈베키스탄이나 키르기스스탄은 대체 루트가 필요했다. 중국으로서는 일대일로 정책을 활성화하고 물류 루트를 다변화하면서 낙후된 지방 도시의 균형발전을 위해서 카슈가르를 경제특구로 지정했다.

키르기스스탄, 중국, 우즈베키스탄은 ‘카슈가르~오시’의 약 500km 산악 구간에 철도를 건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철도는 돈과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일단 도로를 정비하는 것에 집중했다.

2017년 11월부터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 중국은 트럭운송 시범 운행를 점진적으로 진행해왔다. 카슈가르~오시 구간의 테스트가 진행된 이후 카슈가르에는 신실크로드 시대가 열렸다. 2023년 8월에는 카슈가르~파키스탄의 이슬라마바드 구간까지도 연결되었으며, 이는 다시 아프가니스탄의 카불까지 연결됐다.
정성희의 유라시아 물류이야기-카슈가르, 오지에서 ‘물류 도시’로 (출처 : 물류신문)
현재 카슈가르에서 출발한 트럭은 세 갈래 길이 있다.
-비슈케크
-오시~안디잔~페르가나~타슈켄트
-이슬라마바드~카불

카슈가르 루트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1)중국 내륙에서 카슈가르까지는 컨테이너 트럭, 일반 카고 트럭, 컨테이너 열차까지 이렇게 3가지 운송 형태가 있다. 카슈가르에서 트럭과 열차가 멈추고 운송 수단을 갈아탄다.
2)카슈가르 루트는 산악 지형을 넘어가야 한다. 이에 동절기에는 눈과 빙판길로 자칫 화물 운송이 차질을 빚을 수 있기에 동절기는 피하는 것이 좋다.
3)카슈가르 루트는 현재 비슈케크와 오시로 향하는 물동량에 대해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으며 안디잔, 페르가나, 코칸트, 나망간 등 우즈베키스탄 동부 지역에서 활용하기에도 적합한 루트다.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는 다시 천산산맥(톈산산맥, 天山山脈)을 넘어야 하고 타지키스탄의 제2 도시인 후잔트는 다시 국경을 넘어야 하기에 다소 불편할 수 있다.
4)중국에서 출하하는 경우에는 컨테이너를 사용하지 말고, 그냥 일반 카고 트럭을 사용하는 것이 시간적으로도 빠르고, 저렴하다. 그런데 일반 카고 트럭은 카슈가르에서 재작업할 때 분실 위험이 있을 수 있다. 일반 카고 트럭을 활용할 때에는 컨테이너 트럭으로 운송 때보다 보험을 확실하게 가입하는 것이 좋다.
5)인천 중고차 수출단지에서 키르기스스탄의 비슈케크나 오시로 매월 수백 개의 컨테이너가 운송된다. 2022년까지만 해도 카자흐스탄 경유 루트만을 사용해왔는데. 2023년부터 카슈가르에 경유 루트도 병행 사용된다. 운송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카슈가르가 오지에서 물류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