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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컬럼 물류신문 앞으로의 유라시아 물류이야기(마지막 회)

등록일2025-04-22

출처 : 물류신문, 정성희2025. 04. 16

정성희의 유라시아 물류이야기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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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물류신문)

50번째 기고문으로 필자가 써왔던 ‘유라시아 물류이야기’를 마치고자 한다. 이번 호에서는 그동안의 기고문을 종합적으로 요약하되. 앞으로 펼쳐질 유라시아 물류시장에 대한 필자의 견해 위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자 한다.

유라시아 물류의 전환기

최근 유라시아 물류는 세 번의 전환기를 겪었다.

첫째는 소련의 해체인 1991년을 전후한 시점이다.

소련 시절에는 직접적인 무역, 물류, 교류 자체가 없었거나, 일본을 통해 간접적으로 이루어진 것에 불과했다. 그러나 소련의 해체 이후 북방외교 체결로 인해 러시아,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몽골 등 유라시아로 선박·항공기의 직접 운항이 시작됐다. 이는 해상운송과 항공운송을 촉진하며 유라시아 물류를 변화시켰다.

둘째는 2008년 전후를 꼽을 수 있다.

당시 핀란드와 독일 등 인접 국가를 거쳐 러시아로 흐르는 역외 무역, 역외 물류, 역외 금융이 주류였다. 중앙아시아도 역외 물류뿐만 아니라 제반 관세를 낮추기 위한 인보이스 단가 축소, 편법적인 회색(Grey) 통관 등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러시아로 역내 무역, 역내 물류, 역내 금융으로 체제가 전환되고, 중앙아시아에서도 점차 정식 통관이 자리를 잡았다. 역내 물류로의 변화는 시베리아횡단철도와 러시아 물류기업들의 성장을 이끌었다.

셋째는 2013년 전후다

중국과 카자흐스탄 간 국경을 통과하는 역은 환적 인프라가 열악해 정체-통과 기간이 늘어나 정체가 극심했다. 그러나 2013년 전후로 호르고스라는 국경 통과역이 추가되고 터미널 인프라가 보강되면서 국경의 정체 현상이 완화됐다. 이는 중국횡단철도가 러시아횡단철도와 경쟁할 수 있도록 했고,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을 뒷받침하면서 중국과 카자흐스탄 물류기업들의 성장을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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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물류신문)

유라시아 물류의 변화

향후에는 어떻게 될까? 최근 코로나 사태,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과의 전쟁으로 많은 것이 변했다.

첫째, 우회 또는 대체 루트가 활성화되고 있다. 러시아를 경유하는 운송을 회피하게 되면서 다양한 루트가 활용되고 있다.

  • 유럽~터키~흑해~조지아~아제르바이잔~카스피해~중앙아시아
  • 터키~(이란)~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 인도~(두바이)~이란~코카서스(캅카스)~러시아
  •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 중국~신장 카슈가르~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
  • 중국~신장 카슈가르~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둘째, 러시아 물류기업의 해운업 진출이다. FESCO는 러시아의 거의 유일한 컨테이너 선사 겸 철도운송사인데 동남아, 구주-지중해 지역으로 해운업을 확장했다. 트랜스 컨테이너(Trans Container), 로고퍼(Logoper), 트랜짓(Transit), 유로시브(Eurosib) 등 러시아기업들도 해운업에 속속 진출했다.
예전에는 흑해의 노보로시스크 항구나 발트해의 상트페테르부르크 항구로 가려면 서방의 선사에 의존해 터키나 독일, 네덜란드 항구에 양하 후 환적해 운송했는데 이제는 러시아, 인도, 중국 선사들이 인도, 중동, 중국에서 직항으로 운영한다.

셋째,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 몽골, 카자흐스탄 물류기업들의 아시아 진출이다. 이들은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와 일본, 동남아 시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기존에는 유라시아에 진출한 국내 물류기업이 컨테이너를 구매해 유라시아 구간을 주도적으로 운영했으나 이제는 선박, 컨테이너, 화차, 터미널 등을 보유한 현지 기업들이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전쟁이 끝나고 제재가 완화되면 국내 유라시아 비전문 포워더들도 유라시아 시장에 손쉽게 진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넷째, 유라시아에서 트럭운송이 활성화되고 있다. 최근 러시아~중앙아시아, 러시아~코카서스(캅카스), 중국 동중부~중국 신장 위구르~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 구간에서의 트럭운송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는 도로 인프라의 발전, 철도운송 대비 트럭운송의 신속성, 중앙아시아에 등록된 트럭 증가, 내비게이션의 발전, 국경 인접 국가들 간 비자 면제 확대 때문이다. 특히 중국 운전기사들이 중앙아시아 역내로 무비자 운행을 할 수 있는 등 국경 통과가 쉬워지면서 운송 일수가 축소되고 운송료도 낮아졌다.
트럭운송의 활성화는 유라시아, 특히 중앙아시아의 수출입 물류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새로운 운송경로, 철도와 차별화된 트럭운송 활성화는 중앙아시아~중국 구간의 물류를 활기차게 만들어가고 있다. 특히 중국발의 경우 컨테이너 트럭이 아닌 일반 트럭운송이 활성화되고 있다. 위험물, 오버사이즈, 냉장냉동, ISO탱크 등은 중국 철도운송에 제한이 많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다섯째, 북극항로의 개발이다. 5~9월의 하절기에는 북극항로를 통한 선박 운항이 가능하므로 러시아와 중국 선사들에게는 새로운 대체 경로가 될 수 있다. 특히 러시아 북극의 천연가스를 중국으로 운송하는 러시아의 LNG선이나 중국의 상해~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 구간은 물동량이 많기 때문에 중국의 컨테이너선이 활성화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러시아로부터 에너지를 거의 수입하지 않으며, 부산~상트페테르부르크 간 컨테이너 물동량이 적어 주도적으로 북극항로를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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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물류신문)

유라시아 물류와 한반도

돌이켜 보면 유라시아 물류시장은 지난 20~30년 간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해상으로 부산에서 로테르담이나 함부르크까지 약 40일 만에 가고, 철도로 부산에서 폴란드까지 약 30일이 소요된다. 그러나 북한을 경유해 한반도종단철도로 유라시아까지 운송하려던 계획은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전쟁과 제재로 서방의 많은 제조기업, 선사, 항공사, 물류기업들이 러시아를 떠나면서 러시아의 항공, 해운, 철도운송이 크게 위축됐지만, 실제로는 유라시아 시장은 더 확대됐으며, 더 다변화되고, 더 역동적으로 변했다. 무엇보다 유라시아 중심의 물류 자생력을 가지게 된 것은 뜻하지 않은 수확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와 유라시아 간 교역과 물류 상황은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와 유럽, 일본기업들이 러시아를 떠났고, 그 자리를 중국, 베트남, 터키. 두바이, 태국 등이 차지했다. 그나마 한-러 구간에서 여전히 철수하지 않고 유라시아 물류시장을 지킨 화주들이 있었고,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국내 대기업들도 다시 러시아 시장을 두드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무쪼록 올해는 전쟁이 종결되고 제재가 완화되어 수출입 제한 품목이 사라지고, 물류도 정상화됐으면 한다. 그리고 한반도종단철도로 블라디보스토크, 울란바토르, 바이칼호, 시베리아, 알마티, 타슈켄트, 모스크바, 키이우, 베를린에 닿는 미래를 여전히 꿈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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