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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컬럼 물류신문 유라시아에서의 주재생활

등록일2025-03-26

출처 : 물류신문, 정성희2025. 03. 21

유라시아에서의 주재생활 (출처 : 물류신문)
정성희의 유라시아 물류이야기 49 이번 호에서는 유라시아에서의 주재 생활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필자는 2002년부터 2011년, 2014년부터 2022년까지 러시아 모스크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햇수로는 약 16년 동안 해외에서 법인장으로 근무한 적이 있다.

많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외에서 다양한 형태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제조기업의 경우 생산 법인을, 무역이나 유통기업의 경우에는 판매 법인을 둔다. 대기업의 경우 생산-판매 법인을 두기도 하고, 현지기업과 합작 투자를 진행한 경우에는 합작법인을 설립한다. 그리고 법인 설립 이전에 해외 현지시장에 진입하려는 경우에는 지사를, 공기업의 경우에는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해외에 진출한다.

따라서 대사관에서 근무하는 외교관이나 공무원들, 해외 사무소에서 일하는 공기업 직원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에서 나온 해외 주재원들. 그리고 현지 교민들과 유학생들, 선교사들이 교민 사회를 이룬다.

유라시아에 진출한 기업들의 운영 형태를 살펴보면 크게 법인과 지사로 나눌 수 있다. 법인은 현지에서 직접적인 영업행위를 수행할 수 있으므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할 수가 있고, 지사는 현지에서 간접적인 영업지원만 수행할 수 있으므로 세금계산서를 직접 발행할 수 없는 대신 본사의 매출-매입 인보이스를 전달한다. 지점은 법인과 지사의 중간적인 형태인데, 직접 영업행위를 수행하고 지점 명의의 매출-매입 인보이스를 발행할 수 있지만 세무신고는 지점이 아닌 본사에 귀속된다.
[러시아 모스크바] 러시아 모스크바 (출처: 물류신문)
유라시아 주재원 생활의 장단점 유라시아 지역에서 물류분야 주재원들이 많은 지역을 살펴보면 러시아 모스크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카자흐스탄 알마티, 몽골 울란바토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순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의 경우 대기업들 위주로 생산-판매법인이 많지만 일반적으로 지사가 아닌 법인을 주로 운영한다. 우즈베키스탄은 자동차 협력업체가 많아서 차량 부품 생산업체는 단독 투자 법인이나 합작법인을 운영하고, 우즈베키스탄의 금융 시스템상 일반적으로 법인 보다는 지사를 선호한다.

유라시아 지역에서 해외 주재원 생활을 했을 때 여러 가지 장단점이 있다.

장점으로는 ①현지 물류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고, ②현지 주거비, 자녀 교육비, 차량 운영비. 의료비, 항공권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면서 본국에 있는 주택을 활용할 수 있어 경제적 이득이 크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③또한 본사에서 근무할 때보다 보다 넓은 지식과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고, 다른 업종의 주재원들이나 교민들과의 교류로 인맥을 넓힐 수 있다. 주재 이후 본사로 복귀하면 그간의 경력이 업무 처리나 승진에 보다 유리하게 적용될 수 있으며, 추후 본인이 사업을 할 때에도 좋은 경험으로 작동할 수 있다. ④뿐만 아니라 유라시아는 우리나라와의 교통편이 그리 불편하지 않으며, 사계절의 날씨가 우리나라와 비슷한 측면이 있고 해당 국가 내에서 우리나라, 우리나라 사람에 대한 인식이 그리 나쁘지는 않다는 점도 장점이다.

단점으로는 ①본사의 상황과 우리나라의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고, 현지 상황 위주로 대부분을 바라보면서 지나치게 안주할 수 있으며, ②현지 문화와 언어를 제대로 알지 못해 현지인들과의 마찰로 곤경에 처할 수도 있다. ③또한 배우자나 자녀들이 현지에서의 생활에 적응하지 못할 수 있다. 배우자의 경력 단절과 자녀의 3년 특례, 12년 특례 적용 여부, 가족의 안전과 부모-친척-친구들과의 관계 변화 등이 발생할 수 있다. ④본사에 근무할 때보다 해외 주재원에 파견되면 확실히 눈에 뛴다. 일을 잘 하게 되면 승진하지만 못 하면 임기가 단축되고 밀려날 수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해외 주재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기에 공기업의 경우에는 약 3년, 대기업의 경우에는 통상 4~5년 정도를 임기로 규정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시황과 실적을 보고 탄력적으로 운용한다. 그리고 단신 부임과 가족 부임이 있는데 중소기업이나 일본 기업들은 주로 단신 부임을 선호하며, 대기업이나 국내 기업들은 주로 가족 부임을 선호한다.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출처: 물류신문)
유라시아 주재 파견지의 특성 우리나라 기업의 유라시아 지역의 주요 파견지로는 모스크바, 타슈켄트, 알마티가 있다.

모스크바는 전쟁과 제재 이전을 기준에서 보면 매일 서울과 직항편이 있어 오가기가 편하고, 모스크바가 지리적으로는 유럽에 속해 있다 보니 주재기간동안 상트페테르부르크, 키예프, 시베리아, 흑해 등 인근 지역이나 유럽을 돌아다닐 수 있다. 그리고 생각보다는 모스크바의 치안이 안전하고, 도시가 아름다우며 공원이나 갤러리, 박물관, 연극, 발레, 골프 등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다. 겨울이 춥긴 하지만 난방이 잘 되어 있어서 그다지 춥지만은 않다.

그러나 모스크바는 거주비용, 사무실 임대료, 생활비, 교육비, 교통비 등이 비싼 편이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경우 사무실을 개설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갈 수 있어 부담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전쟁 발발 이후에는 서울-모스크바 직항편 운영이 중단됐고, 사업환경과 송수금 등에서 제약이 많아져 철수한 기업들이 많아 교민이나 주재원들 규모가 대폭 축소됐다.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는 교민과 주재원이 적지 않은 편이다. 기후는 날씨가 따스한 편이고 매일 우리나라와 직항편이 운영되고 있다. 또한 한류가 인기 있는 지역이고 물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보니 다른 지역보다는 주재 생활을 하거나 법인을 설립하는데 수월하다.
한국대사관 근처에는 한국 식당, 여행사, 마트가 많고, 한국인이 경영하는 골프장이 시내에 있으며 한국어를 할 줄 아는 현지인들을 채용하기가 쉬워서 러시아어나 영어를 잘하지 못해도 교민 생활을 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그리고 2시간 정도를 가면 근처에 침간산(Chimgan) 자락이 있어서 등산하기에도 좋은 환경을 가졌다. 그러나 타슈켄트는 단전-단수가 한 달에 1번 꼴로 발생하고 있어 생활에 다소 불편한 부분도 있다.

카자흐스탄의 알마티는 러시아 제재 이후로 경제 상황이 많이 좋아진 곳이다. 아무래도 러시아와 경제 연합을 이루고 있다 보니 러시아 교역의 우회 통로 역할을 하는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기도 하다. 알마티는 날씨가 서울과 비슷하고, 서울과의 직항이 많은 곳이다.
무엇보다 천산산맥(Western Tien-Shan)의 웅장한 산들을 시내 곳곳에서 볼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모스크바가 물건 값이 비싸고 타슈켄트는 관세로 인해 상품이 그다지 많지 않은데, 알마티는 중국과의 국경이 멀지 않고 적당한 가격에 상품이 많이 있어서 쇼핑하기에도 좋은 환경이다. 또한 시내에 있는 2곳의 골프장은 웅장한 산들을 바라보며 라운딩을 즐길 수 있으며, 인근에 산과 호수, 강, 스케이트장, 스키장, 고원 등이 있어서 자연을 즐기기에 좋다.
그러나 알마티는 분지 지형이라서 겨울에는 스모그와 먼지가 심화되는 곳이다.

언어의 경우 러시아의 모스크바,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 카자스흐탄의 알마티까지 세 지역 모두 러시아어로 소통이 가능한 곳이다. 따라서 러시아어를 잘 한다면 좋겠지만 영어 구사가 가능한 현지인들이나 러시아어, 현지어가 가능한 한국인을 채용하면 되므로 러시아어나 현지어를 잘 구사하지 못하더라도 주재원 생활을 하는 것에 크게 어려움은 없다.
[카자스흐탄 알마티] 카자스흐탄 알마티 (출처: 물류신문)
물류업종, 해외 주재 기회 많아 해외 주재원도 기업과 개인의 성격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 것 같다. 자기가 파견된 부임지에서만 지내면서 회사나 그룹사, 관계사의 주재원들과의 관계에만 집중하는 ‘회사형’ 주재원이 있고, 어느 정도 교민과의 관계를 가지는 ‘실용형’ 주재원이 있고, 부임지 인근의 지역을 두루 다니면서 지상사 주재원들이나 교민들과 적극 교류하는 ‘교민형’ 주재원이 있다.

주재 기간은 짧으면 개인의 성장 등에 있어 다소 아쉬운 일이 되고, 너무 길면 환경에 안주하게 되거나 본사로 복귀하지 않고 현지에서 그대로 남는 경우가 있다.

물류업무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때문에 다른 어느 업종보다도 해외 주재의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많은 업종이다. 현재 유라시아에서는 모스크바, 타슈켄트, 알마티, 울란바토르, 블라디보스토크 등에서 약 10여개의 우리나라 물류기업들이 해외 주재원들을 파견하거나 현지에서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키이우 등은 최근 현대자동차 등 국내 기업의 철수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사업성의 위축과 안전성에 문제가 있지만, 이전에는 주재하기에는 좋은 지역 중 하나였다.

또한 카자흐스탄의 수도인 아스타나, 키르기스스탄의 수도인 비슈케크, 조지아의 수도인 트빌리시, 아제르바이잔의 수도인 바쿠, 벨라루스의 수도인 민스크 등도 주재원의 수는 적지만 매력이 있는 지역이다.

-유라시아에서 근무하는 물류 주재원들과 향후 근무하기를 계획하고 있는 분들의 건승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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