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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컬럼 물류신문 CSCMP ‘2024년 연차 물류현황 보고서’로 본 미국 물류시장

등록일2024-07-05

출처 : 물류신문, 권오경 교수2024.07.01

CSCMP ‘2024년 연차 물류현황 보고서’로 본 미국 물류시장 (출처 : 물류신문)
지난 6월 18일 미국 CSCMP(공급망전문가협회)가 물류비를 포함한 전반적인 미국 물류시장을 진단하는 2024년 연차 물류현황 보고서(Annual State of Logistics Report)를 발표했다. 분석과 집필에는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Kearney 연구진이 참여했다. 이 보고서가 다른 물류 보고서들과 차별화되는 점은 미국 산업계가 지출하는 물류비와 추이를 분석하고 비용 항목별로 증감 요인에 대한 진단을 함께 제시한다는 것이다.

이번 보고서의 부제는 ‘조류가 바뀌기를 기다리며(Waiting for the tide to turn)’인데, 코로나 팬데믹 이후 어느덧 변수가 아닌 상수로 자리 잡고 있는 지정학적 위험을 포함한 불확실성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은 글로벌 경제의 상황을 대변한 것으로 보인다. 2023년 물류비 감소세로 돌아서 2023년 기준 미국 기업들이 한 해 동안 물류활동에 지출한 물류비(국가 물류비 또는 산업 물류비)는 2조 3,741억 달러(한화 3,086조 원, 환율 1,300원 적용)로 2022년 2조 6,722억 달러 대비 1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GDP의 8.7%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물류비가 급증했던 2022년과 비교하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분명하나 코로나 이전의 7% 중후반을 유지했던 것에 비하면 아직 높은 수준이다.
[미국 산업 물류비 추이(명목 GDP 대비 %)] 미국 산업 물류비 추이(명목 GDP 대비 %) (출처 : 물류신문)
전년도인 2022년은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산업계가 지출한 물류비가 전년 대비 무려 24.8%나 증가했고 GDP 대비 10.5%로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참고로 2024년 보고서는 일부 수정된 정부 통계자료를 반영하여 이전에 발표된 물류비 수치를 재산정한 결과를 담고 있다.)

운송비는 전체 물류비의 63%인 1조 4,965억 달러로 나타났으며 전년 대비 14.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운송비 중에서는 도로운송이 9,317억 달러로 물류비의 39.2%, 운송비의 62.3%를 차지했다. (도로운송비에는 영업용과 자가용 화물자동차 운송비용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흥미로운 점은 택배가 2,157억 달러로 운송비 중 두 번째로 높은 14.4%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5년 822억 달러 대비 2.62배, 2020년 1,186억 달러 대비 1.82배로 꾸준하게 높은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재고비는 전체 물류비의 29.5%인 7,003억 달러로 나타났으며 전년 대비 7.8% 감소했다. 재고비에는 창고보관비 뿐만 아니라 경기와 기업의 재고전략에 영향을 받는 여타 재고유지비용(금융비용, 감모손실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2023년의 경우 미국의 경기 개선으로 장기 보유재고가 감소한 것이 전체 재고비 감소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분야별 물류시장 진단 2024년 CSCMP 보고서에서는 분야별 물류시장을 다음과 같이 진단하고 있다. 우선 거시경제 환경 측면에서 세계 경제는 2023년 2.7%에서 약간 둔화된 2.5%의 성장을 보일 것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전망이 맞는다면 지난 30년 간 가장 낮은 성장세를 보였던 지난 반세기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다만 높은 이자율, 성장 둔화, 실업률 증가, 지속되는 인플레이션이 미국으로부터의 긍정적인 거시경제 시그널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 성장에는 걸림돌이 될 것이다. 증가하는 지정학적 불안정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글로벌 공급망에 장애를 초래하며 기업과 정부의 투자 의사결정을 복잡하게 할 것이다. 주요 서방 국가들이 디리스킹(de-risking) 차원에서 자국 중심의 산업 정책을 추구하고 공급망 블록화에 나서면서 글로벌 교역은 점차 분절화(fragmented)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23년 미국 산업 물류비 현황 (십업불, %)] 2023년 미국 산업 물류비 현황 (십업불, %) (출처 : 물류신문)
1) 항공운송
2024년 항공화물 수요는 4.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국제 교역이 정체되고 화주들이 여객기 증편에 따른 이점을 활용하면서 항공화물 수입 규모는 2023년 1,347억 불에서 1,110억 불로 오히려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IATA). 글로벌 항공화물 공급은 특히 아시아-미주 간 여객기 운항이 정상 수준으로 복귀하고 이에 따른 밸리 스페이스 공급이 이루어지면서 충분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대형 선사들이 공급망 차원의 복합운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항공 운송 분야에 진출하는 움직임도 주목할 부분이다.

2) 택배/라스트 마일(Parcel/Last-mile)
2024년 택배 시장은 물량의 감소와 운송업체 간 경쟁의 심화로 화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전체 물량의 감소는 대표적인 택배 업체인 UPS와 FedEx의 실적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2023년 UPS를 제치고 택배 실적 1위로 부상한 Amazon을 포함한 비전통적인 경쟁자들이 택배 시장의 점유율을 계속 높이고 있다. 대형 화주들은 운송업체를 다변화하고 운임 협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낮은 운임을 제시하고 지역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빠른 배송을 구현하는 로컬 운송업체의 활용이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3) 3자 물류(3PL, Third-party logistics)
2024년 3자 물류시장은 운임 하락, 초과 공급과 같은 주요한 도전들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소규모 및 벤처 캐피털로부터 자금을 조달한 업체들을 중심으로 3PL 간 합종연횡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다른 한편으로 대형 업체들은 시장 상황이 개선되기를 기다리면서 원가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역량을 개선하는 시기로 삼을 수 있다. 일부 3PL과 화주들은 시장 참여를 위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시도하고 있다. 비자산계 3PL들이 자산계 3PL로 역할을 확대하고 있으며 일부 화주는 자사의 내부 물류역량을 외부에 상업적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시장 구조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으며 기존 업체들은 물량 처리 능력과 기술에 대한 지속적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유지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4) 포워딩(Forwarding)
2023년 4분기 주요 포워더들은 실적 감소를 보이고 있다. 2024년에는 성장 속도가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2023~2032년 기간에 걸친 중장기 성장률은 5.5%로 예측되고 있다. 이 섹터는 전 세계적인 수요 약세, 운송업체 공급 과잉, 노동력 부족, 지정학적 불확실성의 고조 등의 위기 요인들을 당면하고 있다. 포워더들은 도전적인 시장에서 수익을 안정화하기 위해 고객들과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개발하고 유지하는데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경로 최적화, 공급망 가시성과 같은 명확한 가치 포지셔닝 제공을 통해 서비스 신뢰도를 향상하고 고객과의 관계 강화를 촉진할 수 있다. 나아가 전략적 파트너십이나 인수 합명을 통한 규모 증대를 통해 효율성과 시장 접근성을 향상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도 있다.

5) 해운/항만
2023년 해상 화물은 여러 국가의 경기 하방 압력으로 수요가 침체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미국의 경기 회복으로 2023년 하반에 컨테이너 수요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였으나 전 세계적인 수요 증가는 미미했다. 이러한 수요 부진은 팬데믹 기간 공격적인 선박 건조로 인한 공급 초과와 맞물려 있다. 이 두 요인이 결합되면서 컨테이너 분야 공급-수요 사이클 전망을 어렵게 하고 있다. 다만 시장 운임은 모든 선형에 걸쳐 작은 충격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요 역학은 전반적으로 화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들 중 다수는 장기 계약을 통해 효과적으로 운임을 낮추고 있으며 이는 선사에 추가적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정학적 분쟁들도 수에즈 운하를 비롯한 주요 항로 운영에 계속 영향을 미치고 있다.

6) 창고
지난 1년간 창고 부문은 경제가 팬데믹이 초래한 극한 상황에서 벗어나면서 하락세로 전환되었다. 조달 금리, 기 착수된 건설분 공급 시기, 코로나 기간 동안 체결된 장기 계약 등이 공실율과 가격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속적인 재고 수준은 공실율과 가격을 형성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장기적인 경기 침체 시나리오가 우려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기업들이 기존 공간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과 기술을 모색하면서 새로운 창고 공간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있고 재임대가 10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7) 지속가능성
이번보고서에서는 범 세계적인 의제로 부각되고 있는 지속가능성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온실가스(GHG) 배출량 측정 범위와 방법에 대한 물류업계의 애로와 사례를 담고 있다. GHG는 측정 범위에 따라 Scope1, 2, 3로 나뉘는데 특히 기업의 가치사슬 전체의 배출량을 측정하는 Scope3가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S&P Global 조사에 따르면 79%의 기업이 아직 Scope3에 대한 명확한 전략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21%의 기업 정도가 직·간접 매출을 넘어선 Scope3 배출량 측정을 계획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다행히 운송 산업은 직접 매출에 해당하는 Scope1의 비중이 높고 Scope3의 비중이 타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지만 타산업 공급망에서 물류가 차지하는 역할을 고려할 때 물류기업들이 GHG 배출량 측정에 적극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 보고서에서는 GHG 개선 사례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HMM은 주요 고객들을 위해 자체적으로 GHG 배출량 계산 시스템을 개발해 제공하고 있고 Penske는 전기 트럭 제조업체와 협업을 통해 산업적 운송에 EV 활용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기업 간, 그리고 민관 파트너십이 지속가능한 물류를 구현하는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번 CSCMP 보고서를 정리하면서 우리나라도 이 정도 수준의 보고서가 주기적으로 만들어져서 기업들의 물류 혁신에 도움을 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게 된다. 보다 상세한 보고서의 내용을 필요로 하는 독자들은 Penske 홈페이지를 통해 전문을 다운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