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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컬럼 물류신문 김갑주의 SCM 인문학⑲

등록일2024-07-11

출처 : 물류신문, 김갑주 기자2024.06.03

김갑주의 SCM 인문학⑲ (출처 : 물류신문)
Episode : 필자의 SCM 연대기-3 [후퇴기] 물류 혁신팀에서 업무 혁신팀으로 조직명과 R&R, 그리고 구성원이 변경되었습니다. 문제는 조직명칭, 인원 구성, R&R, 조직이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이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채 진행됐고, 설상가상으로 담당자는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인사총무팀장과 대표이사 두 사람만의 이야기를 통해 변경되었습니다. 2014년에 타 부서(구매, 품질, 생산 등)에서 인수받아 유지는 물론 보완해 나가던 업무들, 그리고 새롭게 정립한 업무들을 2014년 말에 다시 구매, 품질, 생산으로 되돌려주었습니다. 업무 혁신팀은 Process Innovation 경력이 전혀 없는 인력 2명과(현장에서 스티커 Packing 작업, 지게차에 의한 용기 이동, 영업의 매출 마감 등) 그나마 운송 배차와 생산 계획을 수립해본 경험이 있는 2명, 총 4명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도대체, 왜 갑자기 업무혁신팀이라는 조직이 만들어졌을까? 업무혁신팀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라고 하는 것인지? 등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했습니다. 업무 혁신팀으로 변경된다며 인사총무팀장이 업무혁신팀에서 유지해야 할 R&R을 제출해 달라고 해서 제출하였지만 너무도 급작스러운 마음에 뭘 해야 할지 몰라 R&R을 제대로 제출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당시 너무도 당혹스럽고 황당하였기 때문입니다. 업무 혁신팀의 변경과정을 이야기하는 것은 독자 여러분에게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좀 더 현명하게 대처하기 바라는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2014년 12월 대표이사의 호출로 대표이사실에 갔습니다. 그 자리에는 인사총무팀장이 함께 있었습니다. 대표이사는 “업무혁신팀으로 변경합니다. 그리고 업무 혁신팀에서 같이 할 사람을 기존 물류 혁신팀에서 4명을 뽑아보라”고 했습니다. 당혹스러워서 인사총무팀장을 쳐다보았더니 인사총무팀장은 얼굴 표정과 손가락으로 회의 종료 후 밖에서 이야기하자는 식의 암묵적인 신호을 보냈습니다. 그래서 생산, 품질, 구매로 되돌아가게 되면, 적응하기 어려운 사람 2명과 업무 관련 가장 잘하는 사람 2명을 이야기했습니다. 이후 대표이사가 나가보라고 해서 먼저 대표이사실에서 나왔고, 몇 시간 뒤에 인사총무팀장을 찾아가서 갑자기 업무 혁신팀으로 변경되는 것은 왜 그런 것인지? 지금까지 R&R을 부여 받고 추진해오던 것은 어쩌라는 것인지? 를 물어보았습니다. 인사총무팀장은 아주 간단하게 답변을 주었습니다. “대표이사가 결정한 사항입니다.” 그래서 더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제대로 뭘 할 수가 없어 대표이사를 찾아가 “왜 이렇게 조직을 구성하셨는지?”에 대해 질문을 했습니다. 대표이사는 “인사총무팀장이 대표이사를 찾아와서, 물류혁신팀장이(필자) 제안한 방향이라고 이야기를 해서 변경한 것”이라는 정말 황당한 답변을 받았습니다. 대표이사는 “왜 갑자기 이제 와서 그런 질문을 나에게 하는 것인지?”라는 의문을 표시했고 그 말을 듣고 너무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인사총무팀장의 ‘사기’라고 밖에는 표현이 안되는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에 대해 당혹스러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SCM이라는 용어를 표면 위로 끄집어내고 이제 막 내공을 쌓아가고 있는 신규 조직의 중장기적 나아갈 방향을 SCM과 S&OP가 무엇인지 잘 모르고 SCM을 직접 추진해본 경험도 없는 인사총무팀장이 소통 없이 단독으로 그것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대표이사와 밀실 회담을 통해 좌지우지하는 것은, 아무리 체계가 잘 구축되어 있지 않고 프로세스와 시스템이 안정되지 않은 기업이라고 할지라도 너무 상식을 벗어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조직의 인사조직의 자질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14년 1월초부터 추진해오던 업무들을, 2014년 12월말부로 생산, 품질, 구매로 모두 다시 넘겨주고 나서 갑자기 뭘 해야 할지 막막해 어떤 것 하나 올바른 방향과 속도로 지속 추진할 수 있는 여력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방향을 다시 정립해 나아가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고 특히, 생산관리에서 주관하고 있는 생판 회의를 S&OP 프로세스로 변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매출의 절반이 상품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었기에, 물류(물건의 흐름) 분야 또한 매우 중요했지만 상대적으로 충전과 분석 프로세스만을 중시하는 분위기였기에 이를 타파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AEO(Authorized Economic Operator) 인증 획득을 추진하였습니다. 가스업에서 해외를 상대로 수출과 수입이 발생한다면 AEO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왜냐하면 수출입 통관 L/T를 단축할 수 있고 이는 운영용기 수량의 감소로 이어지며 이는 다시 투자와 관리 Point의 감소로 연계되고 결국에는 경제성과 효율성이 향상되기 때문입니다. AEO 인증과 관리를 통해 물류분야(운송, 자재관리, 저장관리, 수출입 등)의 관리 프로세스에 대해, SOP를 정립할 수 있는 분위기와 여건을 조성했고 물류분야 프로세스에 문서화가 발을 붙이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근무중인 기업 안에 반드시 존재해야 하며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공정은 몇 개인가? 반드시 존재해야 하며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공정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가?에 대해 부서간, 사람 간에 생각하는 기준이 달랐습니다. 그리고 생산에서는 품목별로 00일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고 하는데, 당장 고객에 납품할 수 있는 품목 재고가 없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였습니다. 생산에서 이야기하는 재고는 충전 완료 상태의 재고만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충전완료 이후, 가스분석, 외관검사, Packing 등의 작업이 추가 진행 및 완료되어야만 고객에 납품 가능한 재고로 전환되고, 이를 위해서는, 최소 2∼3일이 더 소요되었는데, 생판(생산, 판매) 회의를 주관하는 생산의 리더가, 충전만 바라보며 우리는 00일 재고가 있는데 왜 납품할 재고가 없냐고 이야기하면서 부분 최적화적, 그리고 근시안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오랜 기간 충전 공정을 제외하고는 타 공정(Process)에 대한 이해와 중요성 인식, 그리고 전체 최적화 관점에서 타 공정들을 적극 개선하려는 노력이 미흡한 상태였지만 서로 자기 것만 보면서(부분 최적화) 이야기하는 분위기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재고’에 대해 영업은 납품 가능한 완성품 상태를, 생산은 충전 완료된 상태를 재고라고 이야기하였고, 타 공정(Process)들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 즉, 충전을 제외한 모든 Process에 Bottleneck이 있는 상황에서 생판회의는 지속되었습니다. 그래서 전체 최적화 관점에서 ‘공정’을 바라보는 시각과 생각의 차이, ‘재고’를 바라보는 시각과 생각의 차이를 좁히는 노력을 해야 했습니다. 당연한 내용이고 상식적인 내용인데 현실에서는 사람간 입장차이, 사람간 생각의 차이 등에 따라 당연하지 않을 때가 자주 발생합니다. 그래서 이 차이를 좁혀가는 노력이 매우 중요한데, 말은 쉽지만 정말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